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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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도서관

지식의 고고학

달고양이 Friday 2014. 11. 2. 02:49

 

역자 서문

 

여기에 번역한 미셸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은 푸코 사유의 철학적 핵심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푸코에 과한 여러 종류의 번역서와 논문이 나왔지만, 그 대부분의 경우 푸코에 대한 철학적 이해와는 거리가 있는 것들로 보인다(이 부분은 독자에게 오해를 일르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한국에 있어서의 프랑스 철학은 거의 언제나 다소 왜곡되고 축소된 형태로 소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베르그송의 철학이 그의 희랍철학과의 연관성,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또는 엔트로피 이론과 진화론1) 19세기의 심리학 및 생리학 등과의 밀접한 관계, 그리고 쿠르노와 부트루 같은 과학철학자들과의 깊은 관계 등은 무시한 채, 엉뚱하게도 딜타이 등과 묶여져서 소위 <생 철학자>로 이해된다거나 레비-스트로스의 철학이 그 민속학적인 기초와 인식론적인 성과는 거의 무시한 채 그의 철학이 가지는 일종의 문명비판적인 어떤 측면만이 부각되는 등 한국에 있어서의 프랑스 철학은 대부분의 경우 그 본래적인 모습대로 소개되어 오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불어원전을 읽지 못한다거나 프랑스 철학사가 제대로 소개되어 있지 않아도 하는 등의 피상적인 이유에서 오는 현상이 아니라 프랑스에 있어서의 철학의 개념을 모르는 데서 오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 철학자들은 언제나 양면성을 지닌다. 그 하나는 그들의 철학이 순수사변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과학적인 일차적 연구를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양자역학의 바슐라르, 정신분석학의 라캉, 생물학사 및 의학사의 깔길렘, 수학의 세르 등 굳이 이름을 열거할 것 없이 마르셀이나 레비나스 등 일부의 철학자들을 예외로 하고서 프랑스의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철학자이기 이전에 우선 과학자인 것이다. 이 점이 프랑스의 철학과 독일의 철학을 구분해 주는 변별점인 것이다.2)

 

 

 

 

 

 

주석

1) 엔트로피 이론과 진화론의 상관관계는 베르그송 철학의 이해에 있어 결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많은 독창적인 철학들이 그러하듯이 베르그송의 철학도 그의 시대가 야기시킨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철학이다. 즉 그의 철학은 엔트로피 이론과 진화론이 야기시키는 모순을 해결하고자 했으며 그의 철학에 있어서의 우주의 <상승운동>과 <하강운동>이라는 개념은 바로 그 해결책으로서 제시된 것이다. 이와 같은 구체적인 맥락을 모르고서 <생명의 약동>과 같은 그의 철학의 결과에 대한 표현을 가지고서 베르그송을 이해하려는 것은 전혀 잘못된 발상인 것이다. 과거에 베르그송이 생철학자로 이해되어 온것, 오늘날 푸코가 포스트모더니스트로 이해되고 있는 것은 한국에 있어 프랑스 철학에 대한 왜곡이 뿌리 깊음을 나타낸다.

 

2) 한국에 있어 프랑스 철학의 실증과학과의 연계성이 철저히 무시되어 온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중요한 이유들로서는 우선 한국의 인문학자들이 상당히 반과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 지금까지 한국에 독일철하고가 미국철학이 주로 소개되었기 때문에 프랑스 철학을 자꾸 그러한 틀에 흡수시켜 이해하려고 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