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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 "방법에 관한 질문들", (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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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 "방법에 관한 질문들", (2)

달고양이 Friday 2015. 4. 20. 01:08

미셸 푸코, "방법에 관한 질문들", 푸코효과

 

저는 사건화라 부를 수 있는 방향으로 작업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건'은 최근 들어 역사가들이 별로 인정하지 않았던 범주입니다만, 저는 특정한 의미에서 이해될 때 '사건화'는 분석의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는 사건화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무엇보다 사건화란 자명성의 파괴입니다. 사건화는 사람들이 역사적 상수나 직접적인 인간학적 특질 혹은 모든 사태를 동등하게 묶어주는 명확성을 찾으려는 곳에서, 하나의 특이성을 솟아나게 하는 문제이죠. 사태가 "필연적으로 그렇게 전개될 이유는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다시 말해 광인을 정신병자로 인식하는 것, 감금이 범죄자에 대한 유일한 대응책이 된 것, 개인의 신체에 대한 검사를 통해 질병의 원인을 찾는 것 등이 그렇게까지 당연한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작업이 바로 사건화입니다. 우리의 지식, 합의, 실천이 기대고 있는 이런 자명성과의 단절이 사건화의 첫 번째 이론-정치적 기능입니다.

두 번째로, 사건화는 특정한 시기에 자명하고 보편적이며 필연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생산해낸 전략, 관계맺음, 마주침, 지지, 방해, 힘의 놀이 등을 재발견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작업을 위해 우리는 인과관계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죠.

인과관계를 분산시킨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특이성을 생기 없는 연속성 속에서 확인하면 그만인 사실로, 이유 없는 단절로 봐야 한다는 뜻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런 입장은 연속성이 당연한 것이자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인과관계를 분산시킨다는 것은 무엇보다 우선 하나의 사건을 그것을 구성하는 다양한 과정을 통해 분석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형벌로서의 감금의 실천을 (제도의 산물이나 이데올로기적 효과가 아닌) 하나의 '사건'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다음의 과정들을 추적하는 것입니다. 이미 존재했던 감금이라는 실천의 '형벌화'과정(즉, 감금의 법적 형벌로의 점진적 편입 과정), 형벌적 정의를 추구하는 실천들의 '감금화'과정(즉, 형벌로서의 투옥과 교정의 기술들이 형벌질서의 중요 요소로 자리잡게 된 과정), 그리고 좀 더 파편화되어 전개되는 거대한 과정들에 대한 분석(예컨대 감금의 형벌화와 함께 진행된, 보상과 처벌을 통해 작동하는 폐쇄적 교육 공간의 형성 같은 다양한 과정들).

둘째, 인과성의 무게를 줄인다는 것은 과정으로 분석된 하나의 특이한 사건 주변에 '이해가능성의 다형체' 혹은 '다면체'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때 이 다면체의 각 면들은 사전에 정의되지도 않고, 유한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이 작업은 점진적이고 필연적으로 불완전한 과정을 통해 진행됩니다. 그리고 과정을 쪼개 분석할 수록, 더 많은 이해가능성의 외적 관계들을 구성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만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우리가 형벌적 실천의 '감금화'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하면 할수록, 우리는 점점 그 실천을 학교 교육이나 군대 훈련과 연결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과정을 내부에서 쪼개는 것이 분석적 '돌출점들'의 다양화로 이어지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