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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사유

달고양이 Friday 2014. 10. 9. 12:11

푸코의 사유

 

이 정 우
성천아카데미 고전강좌 교수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

 

 

푸코(Michel Foucault)의 사유는 『광기의 역사』에서 시작된다.  인간이 행하는 모든 사유의 기본적인 전제는 理性의 존재이다.  그러므로 이성의 대립항인 광기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어떤 면에서 사유 자체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과도 같다.  그러나 푸코가 문제삼은 이성은 이성 전체이기보다는 합리성(rationalit )이다.  이성이 이성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은 자가당착적 시도이기 때문이다.  푸코는 서구 사회가 어떻게 합리성을 定義해 왔으며, 또 각 정의가 어떤 배제의 線을 그려 왔는가에 주목한다.  나아가 푸코의 시도는 합리성과 대립항에 놓여 왔던 담론들, 예컨대 문학과 예술을 이해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광기의 역사』와 더불어 푸코 사유에 중요한 또 하나의 텍스트는 『말과 사물』이다.  『광기의 역사』가 '정신병리학'이라는 담론은 그 바깥에서 즉 역사의 지평에서 보았다면, 『말과 사물』은 생물학, 언어학, 정치경제학이라는 담론들을 그 안에서 보았다.  그리고 이 두 텍스트는 대체적으로 상응하는 연대기를 그리는 바, 르네상스 시대, 고전 시대(17, 18세기), 근대라는 구분을 사용한다. 이 점에서 이 두 저작을 하나로 통일해 이해할 수 있다.  푸코가 그린 서구 근대성의 역사를 살펴보고, 그 역사가 문학과 예술에 관련해 가지는 함축을 알아보자.

 

르네상스 시대

푸코는 특정한 시대를 지배하는 인식의 무의식적 체계를 '에피스테메( pist m )'라 부른다.  푸코는 이 에피스테메 개념을 사용해 르네상스, 고전 시대, 근대, 현대를 분석한다. 푸코는 르네상스 시대를 '날인(signature)'의 시대로 본다.  다시 말해 르네상스 시대는 세계의 모든 것이 그 안에 어떤 비밀스러운 의미를 숨기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점에서 푸코는 르네상스 시대가 기본적으로 '유사성'의 시대이자 '은유'의 시대였다고 본다.  사물들이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는 방식은 '근접(convenientia)', '照應(aemulatio)', '공감(sympathia)'과 '반감(antipathia)' 그리고 '유비(analogia)'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세계는 일정한 '텍스트'로서 드러나며, 이 텍스트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와 상관적으로, 르네상스 시대에 광인은 매우 성가신 존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비밀스러운 진리를 담고 있는 존재로 여겨졌다.  즉 신적인 진리가 현현하는 한 방식으로서의 광기가 긍정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광기는 감금의 대상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관찰의 대상이었다.

 

고전 시대

고전 시대에 들어와 '합리주의'가 도래한다.  유사성에 근거하던 인식이 이제 '재현'에 근거하게 되었다.  우선 세계의 두께는 부정된다.  모든 관심이 사물의 표면에 두어지게 된다(생물학의 예).  그래서 사물들의 성질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기법이 발달하게 된다.  그리고 이 성질들은 유사성을 통해 밝혀지기보다는 동일성과 차이를 통해 밝혀지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분석된 하나하나의 성질들에 상응하는 관념의 체계가 분석된다.  즉 사물들의 성질 하나하나와 우리 마음을 구성하는 관념들 하나하나가 상응 체계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상응 체계를 뒷받침하는 투명한 기호 체계의 수립이 요구된다(라이프니츠).  고전 시대의 에피스테메는 이렇게 성질-기호-관념의 완벽하게 투명한 일 대 일 대응을 추구했다.  푸코가 고전 시대의 에피스테메를 '재현/표상 RE-pr sentation'으로 본 것은 이 때문이다.  때문에 '상징'으로서의 언어는 이제 '기호'가 되며, 오로지 지시 작용만을 하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의미론/해석학이 아니라 기호들의 조직화를 연구하는 통사론이 된다(포르-로와얄의 문법).

이런 에피스테메와 대응하는 사회-역사적 현실로서 우리는 서구 사회의 정비와 감금의 확산을 들 수 있다.  합리주의 사조에 영향 받아, 17세기의 절대주의 왕조는 서구 사회의 전반적인 재정비 작업에 들어선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이 '대감호(大監護)'이다.  당시 서구의 체제에 들어 맞지 않는 다양한 인간들의 감호의 대상이 되어, 일정한 공간에서 이질적인 공존을 형성했다.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고전 시대에 발생했던 이 거대한 감금을 그리고 있다.  푸코는 이 시대의 가치관과 노동의 관계를 지적한다.  그리고 이 시대 '병원'이 사실상 병원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감옥이었으며, 이 시대 의사는 엄밀히 말해 의사가 아니라 사제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상세하게 규명하고 있다.

 

근대와 현대

푸코와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시대를 '근대'라고 부른다.  푸코는 근대를 '주체'의 시대로 본다.  즉 칸트의 '선험적 주체'를 통해 인간 중심적인 시대의 도래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푸코는 근대 담론에서의 주체의 탄생을 부의 분석에서 정치경제학으로(죽음, 시간, 노동의 테마), 자연사/박물학에서 생물학으로(조직화, 유기체, 진화의 테마) 그리고 일반 문법에서 언어학으로(변형, 시원의 테마)의 변환과 나란히 그리고 있다.  그리고 주체 시대의 세 테마(실증주의, 변증법, 내면의 철학)를 분석한다.  이와 나란히 현대 문학의 탄생이 논의된다.  모든 것이 과학화되는 근대의 문학은 이러한 합리성의 타자들(광기, 성, 폭력, 죽음, 욕망, ...)을 담지하는 담론으로 자리 잡는다.  고전 시대에 질식되었던 언어의 두께가 다시 살아난다.

 

이 시대에 광기 또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  프랑스 대혁명의 인권 사상과 더불어 이제 광기는 처벌 받아야 할 '죄'가 아니라 치유되어야 할 '병'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제 '요양소'가 탄생한다.  그러나 푸코는 요양소에서의 치유 방식이 고전 시대의 거친 잔혹함을 근대의 교활한 계산으로 대체된 것일 뿐이라는 점을 역설한다(이 테마는 『감시와 처벌』에서도 전개된다).  이와 더불어 정신분석학이 등장한다.  그러나 푸코는 정신분석학이란 결국 중세의 '고백 문화'의 한 변형임을 논하면서, 프로이트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현대에 들어와 언어는 다시 기호가 되며, 언어의 두께는 소실된다.  이제 '차이의 놀이'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주체의 죽음'이 도래하며, 문학에는 '신소설'이 등장한다.  푸코는 오늘날의 시대를 선험적 주체의 죽음이 도래한 시대로 보며, 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실천 철학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