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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역사 이해

달고양이 Friday 2014. 10. 27. 02:06

 

푸코 자신도 1960년 이전까지는 서구의 전통적인 역사의식에 대해 반역의 동기를 크게 느끼고 있지 못했다. 그가 죽기 1년 전인 1983년 <Telos>(55, spring)에 기고한 글에서 보면 그는 자신의 역사학적, 철학적 연구에 착수하기 이전인 1960년 무렵만해도 루카치의 맑스주의와 현상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그의 역사적인 계획, 근대적 합리성의 역사에 대해 분명한 비관념론적인 탐구가 시작된 것은 1960년 이후부터이며, 특히 『광기의 역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면서부터일 것이다. 이때부터 그의 주된 관심은 서구문화에 감추어진 국면들 속에서 역사에 대한 개념을 구성함으로써 그러한 이질적인 현상들을 어떻게 종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그는 역사의 연속성과 전체성이라는 도그마를 거부하면서 사상사의 리듬을 부여하는 본질적인 단절과 변화에 대해 역설한다. 즉 知의 질서에 있어 인간의 지각이나 관행을 일변시키는 불연속성을 명백히 드러내려 한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 어떤 시대의 知를 구성하는 요소는 데카르트와 칸트, 또는 헤겔과 같은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 이름을 숨김으로써 이들의 이름과는 무관하게 생산되는 일련의 언설에 있다. 헤겔에게 있어 사상사는 인간의 의식적인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며, 이러한 논리는 일원론이라는 철학적 진리에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푸코의 경우 사상사는 의식의 어떤 일반적인 모델로도 환원될 수 없다. 사실상 모든 시대는 언설, 즉 지의 다양한 영역에 있어서 <말해지는 것>의 총체를 생산한다. 이에 따라 그가 계획한 역사연구도 어떤 시대의 에피스테메를 구성하는 언설의 총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일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에피스테메는 그 이전의 사상가들을 논하지 않으며 하나의 에피스테메는 그 이전의 사상가들을 논하지 않으며 하나의 에피스테메 내에 있는 사상가들은 그 이전의 에피스테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파악하지 않는다. 

그러면 푸코가 자신의 역사공부에 있어 이러한 인식론적 단절을 전개하기 위해 고안해낸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광기의 역사 이후 1960년대를 일괄하면서 의존해 온 방법이 곧 <고고학적>방법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것은 역사라는 직물에 있어서 여러가지 언설들이 출현하는 시기와 조건을 발견해내는 방법이다.(그러나 1970년대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 그의 퍼스펙티브는 권력과 지의 관계에 있어 우리의 사고의 기초를 명확히 해명하는 데로 옮겨 가면서, 이 방법을 이른바 <새로운 지도작성법>이라고 하는 <계보학적> 방법론으로 대치한다) 흔히 <고고학>이라는 용어는 발굴이라는 개념을 연상하기 때문에 푸코의 개념과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 물론 이 용어도 푸코의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푸코는 니이체가 <도덕의 계보학>이 라는 형태로 도덕적 관념의 형성과정을 분석하던 방법을 빌어다 광기, 범죄, 성행위 등의 관리를 소재로 하는 관념체계의 분석을 시도해 본 것이다. 특히 『광기의 역사』는 역사학적 분석이라기보다 광기와 문명, 또는 광기와 그것을 생산하는 사회적 제도에 대한 계보학적 분석이다.

말과 사물 이나 감시와 처벌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들도 사상사적 연구라기보다 사상이나 관념이 사회적, 정치적, 제도적 과정으로부터 어떻게 생산되어 나오는가에 대한 계보학적 분석이다. 이처럼 니이체에게 영향을 받은 푸코의 일관된 관심은 관념의 역사가 아니라 관념을 산출하는 제도의 역사였다. 푸코는 언제나 관념이나 사상을 낳게 하는 <유래>, <계보>를 분석하는 것이야말로 지를 취급하는 학문의 과제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푸코가 시도하려는 바는 정신병리학이나 의학 및 경제의 역사를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있어 광기, 질병, 부에 관한 언설을 가능케 한 것들에 대한 고고학적 분석을 하는 것이고, 감금이나 섹스의 역사를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성에 관한 언설을 계보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었다.

 

- 이광래, 『푸코: 광기의 역사에서 성의 역사까지』, 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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