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제주4.3사건 진상조사와 원인 규명 미흡 본문

제주 4.3

제주4.3사건 진상조사와 원인 규명 미흡

달고양이 Friday 2023. 5. 3. 00:31

매년 4월 3일이 되면 제주도는 70여년 전 희생된 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추모제를 진행합니다. 한면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여지없이 보통 활동도 잘 하지 않는 보수 단체들이 제주시내 거리에 제주 4.3을 '공산폭동'으로 칭하거나, 정치인들이 인기 얻을려고 극우적인 발언을 섬슴치 않습니다.

이런 현상이 자꾸 재발되는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는 분들이 없는 거 같아 아쉽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제는 진상조사 보고서 자체에 있습니다. 제주4.3 진상조사는 김대중 정권 때 특별법 제정을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김대중 정권 말기 당시 정치 지형이 한나라당(현재 국민의 힘) 대선 후보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많아, 서둘러 진상조사보고서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분명하게 밝히고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하는 치밀한 조사가 수행되어야 했고, 추가적인 조사도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이 탄생하면서 그런 우려는 사라졌지만, 명확한 정리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진상조사보고서가 세상이 드러났습니다.

진상조사보고서 목차를 보면, 원인이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현상이 왜 발생했는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면서 제시한다는 건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리고 이런 접근은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는데 매우 중요한 토대입니다. 그런데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는 그렇지 못한 채 탄생하고 말았습니다. 진상조사보고서는 읽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어 문제입니다.

여전히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4.3에 대한 이런 저런 책들과 안내책자들이 수 없이 출간되고 있지만, 원인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는 책이 과연 몇 권이나 있을까요. 제주 4.3을 스토리 중심, 사건 중심의 시간적 배열 혹은 나열에 그친다면, 제주4.3 유족에 대한 명예 훼손이 반복될 것입니다.

제주4.3평화공원 전시관에 들어가면, 백비가 있습니다. 백비에 문자가 각인되어 있지 않습니다. 문자가 각인되지 않았다는 건 제주4.3의 정명(바른 명칭)이 되어 있지 않아 향후에 정명을 한 후 백비에 세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명이 필요하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주4.3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정명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원인은 과정과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방향타입니다. 제주4.3의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원인은 원인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아직도 제주4.3 유족들, 그리고 제주도민은 제주4.3이 왜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이런 사건들이 있었구나 하는 막연한 이해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전국화, 세계화를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원인은 해당 사건의 핵심 성격을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보수 단체나 정치인들이 공산폭동이라고 말하는 것은 행위자를 원인으로 잘못 지적하는 것입니다. 사회 현상이든 정치현상이든 행위자가 원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사고는 사법적 사고(처벌) 틀에 갇혀 현상을 제대로 보지 않는 것에 불과합니다.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화해위원회 모델을 차용했다고 거론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부만 그럴 뿐입니다. 남아공의 진실과화해위원회의 철학적 기반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특히 피해자의 말하기를 통한 진실만 드러낼 뿐입니다. 가해자의 진실 말하기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남아공은 이후 많은 사회정치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하지만 제주 4.3은 박물관의 역사로 가두어 놓고 있어 심각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