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한글판 첫 공개 본문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한글판 첫 공개
경향신문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ㆍ일제, 대중 독자 겨냥해 발간
ㆍ아단문고, 1910년 44개호 소장
ㆍ“국한문판과의 차이 주목”
매일신보 한글판이 발견됐다. 매일신보는 국한문판과 한글판을 동시에 발행했다고 알려져 왔지만 한글판은 찾을 수 없었다. 재단법인 아단문고는 최근 나온 반년간지 ‘문자와 상상’ 창간호에 문고가 발굴한 매일신보 한글판(사진)을 공개했다.
매일신보는 1904년 7월18일 영국인 베델이 창간한 대한매일신보의 후신으로, 한일합병 이후 조선총독부 기관지로 변신하면서 제호를 바꿔 국한문판과 한글판을 1년6개월간 발행했다. 그 후 1912년 3월1일부터 한글판을 폐간했는데 아단문고가 소장한 한글판은 1910년 8월31일(940호)부터 1910년 12월21일(1032호)까지 총 44개 호수다.
지금까지 매일신보 한글판은 단편적인 글과 사진으로만 알려져 왔기 때문에 매일신보 연구는 영인본으로 간행된 국한문판만 대상으로 삼아 진행됐다. 그런데 이번 한글판 발굴로 초창기 매일신보의 지면 구성, 한글판과 국한문판의 차이점을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언론학)는 “국한문판에 논설이나 기사를 싣고 난 2~3일 뒤 한글판에 번역해서 실었다”며 “해방 후에는 모든 신문이 한글 전용이었는데 그 뿌리를 살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매일신보는 대한매일신보를 이어받아 서사문학 자료를 풍부하게 실었다. 김영민 연세대 교수(국문학)는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잡보 및 소설란을 통한 작품 발표는 대한매일신보를 통해 정착됐다”고 평가했다. 한글판 매일신보에는 단형 서사물로 보이는 작품이 등장한다. ‘병자호란’ ‘박효자’ 등 역사물과 ‘걸리버 여행기’를 번역한 ‘콜늬버젼’도 연재됐다. 김 교수는 “한글판은 대중 독자, 국한문판은 지식인 독자에게 읽히려고 찍었기 때문에 국한문판에 없는 짧은 이야기들이 한글판에 실렸다”며 “이에 대해 앞으로 좀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천홍 아단문고 학예연구실장은 “여러 단형 서사물의 필자가 누구인지, 이해조의 신소설이 매일신보에 연재되기 전까지 등장하는 여러 서사문학이 어떤 성격인지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며 “한글판과 국한문판에 실린 광고의 차이에 주목해보면 당시 조선총독부의 지배 전략과 독자층의 분포 등을 새로운 시선으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단문고는 문화교양지 ‘문자와 상상’을 연 2회 발간해 국공립기관, 공공도서관, 학술연구소 등에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아단문고는 한화그룹 창업주인 고 김종희 회장의 부인인 아단 강태영 여사가 1985년부터 수집한 자료로 설립된 재단법인으로 소장 자료는 8만9150점에 이른다. 고서, 희귀 단행본, 신문·잡지, 최정희·오영수·김소운 등 문인들의 기증품 등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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