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공리주의와 자연 본문

정치철학

공리주의와 자연

달고양이 Friday 2023. 5. 3. 00:27

공리주의는 벤담이 도덕이론 혹은 정의론처럼 행위의 결과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면 도덕적으로 옳은 행위며 정의로 간주합니다.

고전적인 공리주의엔 자연 Nature/natural environment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벤담이 말하는 자연은 본성을 의미할 뿐입니다. 사회에서 각 개인 또는 국가 행위의 결과만을 중요한 결정 원칙이라고 강조합니다.

현대 공리주의는 자연을 인간에게 얼마만큼의 효용을 가져다 주는가로 평가합니다. [자연=자원]으로 등치시킵니다. 정부의 문서나 보고서, 특히 정부계획에 자연을 자원으로 간주하여 설명하는 것이 많습니다. 이런 문서들은 특정 지역에 자원이 얼마나 분포되어 있는지 분석하면서 시작합니다. 어떤 것은 관광자원으로 분류됩니다. 폭포, 한라산, 해안경관 등이 이런 분류에 포함됩니다. 이런 문서들은 공리주의에 입각해 있다는 점을 인지해 주시면 좋습니다.

현대 공리주의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연을 자원으로서 인식합니다. 인간의 개입으로 자연이 효용으로 치환되기 시작합니다. 이 점에서 우리가 흔히 겪는 개발문제에 대한 개발과 보전의 대립이 발생합니다.
 

현대 공리주의 중 소극적 공리주의자인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행복 증진이라는 끊없는 목표는 도깨비불(will-o'-the-wisp)이라 비판합니다. 반면 그는 고통(가난, 실업, 전쟁)을 줄이는 공공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소극적 공리주의에서 고통-가난과 실업-을 해결하는 것과 모든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해야 한다는 인권의 문제를 처리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아도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사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공리주의는 경제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더 많은 자연을 효용으로 치환해 왔습니다. 그리고 냉전시대에도 제3세계 국가의 자연을 자원으로 보고 개발해 왔습니다.

개발론은 자연을 개발함으로써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효용)을 계산합니다. 즉, 공리주의는 자연을 도구적 가치로 인식합니다. 공리주의는 도구적 이성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공리주의 사고에 찌들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리주의는 어디에도 있다.